한의원화재보험은 양심보험연구소
전문가 칼럼 · 화재배상책임보험

불이 옆 점포로 번졌을 때, 원장님이 지는 책임의 범위

화재보험전문가 노영규 · 양심보험연구소게시
핵심 요약

한의원 화재에서 손해가 가장 커지는 순간은 불이 우리 진료실을 벗어날 때입니다. 상가 건물에 입점한 한의원이라면 위아래 층과 옆 호실이 바로 맞닿아 있고, 연기와 소화수로 인한 피해는 불길이 닿지 않은 곳까지 번집니다. 내 재산의 손해를 보상하는 화재보험과, 남의 손해를 물어주는 배상책임 담보는 계약 구조가 다르므로 처음부터 나누어 준비해야 합니다.

실화라도 책임이 자동으로 면제되지는 않습니다

「실화책임에 관한 법률」은 실화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다루는 짧은 특별법입니다. 과거에는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에만 배상책임을 지도록 정하고 있었지만,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개정되어 지금은 실화자에게 배상책임이 인정되는 것을 전제로 하되, 실화자가 청구하면 법원이 여러 사정을 고려해 손해배상액을 경감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로 바뀌었습니다.

실무적으로 이 차이는 큽니다. 원장님에게 중대한 과실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배상 문제가 사라지지는 않고, 다만 최종 배상액이 법원 판단으로 줄어들 수 있을 뿐입니다. 게다가 경감은 법원에 소송이 진행되어야 적용되는 절차여서, 그 이전 단계의 합의 협상에서는 온전한 손해액을 앞에 두고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상가 한 개 층이 함께 그을린 상황이라면 이 금액은 개원 비용을 훌쩍 넘길 수 있습니다.

화재보험의 '대물배상' 담보는 재물 담보와 별개입니다

화재보험 증권에서 시설·집기·기계기구 항목에 설정한 가입금액은 어디까지나 원장님 재산의 손해를 보상하기 위한 것입니다. 인접 점포의 집기가 타거나 위층 사무실이 소화수로 젖은 손해는 이 항목과 무관하며, 화재대물배상책임 담보나 시설소유자배상책임의 대물 담보가 붙어 있어야 처리됩니다. 두 담보는 별도의 보상한도를 가지므로, 재물 가입금액이 크다고 해서 배상 한도가 함께 커지지 않습니다.

여기서 자주 생기는 오해가 '건물주가 보험을 들었으니 괜찮다'는 판단입니다. 건물주 보험은 건물주의 재산 손해를 보상한 뒤, 상법 제682조에 따라 화재를 일으킨 원인 제공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즉 건물주 보험이 있다는 사실이 임차 원장님의 책임을 없애 주는 것이 아니라, 청구 주체가 건물주에서 보험회사로 바뀔 뿐인 경우가 있습니다.

한의원에서 발화 지점으로 자주 지목되는 곳

사고 조사에서 자주 언급되는 지점은 대체로 정해져 있습니다. 첫째는 뜸과 훈증 관련 설비입니다. 쑥뜸의 잔불과 재 처리, 좌훈기와 온열기의 과열, 사용 후 충분히 식지 않은 상태로 치워 둔 시술 도구가 반복적으로 문제가 됩니다. 둘째는 탕전실입니다. 전기 탕전기와 추출기를 야간까지 가동하는 구조라면 관리자가 자리를 비운 시간대가 그대로 위험 구간이 됩니다.

셋째는 전기 계통입니다. 진료실마다 온열기와 저주파 치료기, 소독기를 함께 쓰다 보면 멀티탭과 문어발 배선이 늘어나고, 개원 당시 설계 용량을 넘겨 사용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여기에 오래된 상가 건물의 노후 배선이 겹치면 원인 규명 자체가 길어집니다. 이런 지점은 보험 설계 이전에 관리로 줄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해서, 마감 점검 동선을 정해 두는 것만으로도 사고 확률이 달라집니다.

보상한도는 우리 층이 아니라 건물 규모를 기준으로 봅니다

배상 한도를 정할 때 흔히 우리 한의원 면적을 기준으로 생각하지만, 불은 우리 호실에서 멈추지 않습니다. 같은 층 다른 점포, 위층 사무실, 아래층 상가, 그리고 건물 공용부까지가 잠재적인 배상 범위입니다. 특히 위층에 학원이나 병원처럼 고가 장비를 쓰는 업종이 있다면 손해 규모는 면적과 비례하지 않습니다. 입주 건물의 층수와 용도 구성을 확인하고 한도를 정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또 하나 확인할 것은 임대차계약서입니다. 계약서에 원상회복 의무와 화재 시 책임 분담이 어떻게 적혀 있는지에 따라 실제로 부담하는 범위가 달라집니다. 계약서상 임차인의 책임을 넓게 적어 둔 조항이 있다면, 그 범위를 보장이 따라가고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보험 증권과 임대차계약서를 나란히 놓고 검토하는 절차를 한 번은 거치는 것이 좋습니다.

사고 직후 며칠이 배상 규모를 좌우합니다

화재가 발생하면 소방과 경찰의 현장 조사가 먼저 이루어집니다. 이때 원장님이 할 수 있는 일은 현장을 임의로 정리하지 않는 것입니다. 복구를 서두르는 마음에 잔해를 치우고 배선을 교체해 버리면, 나중에 발화 원인을 다투는 단계에서 우리에게 유리한 자료가 사라집니다. 소방서의 화재조사 결과와 현장 사진은 이후 협의의 기준이 되므로, 촬영과 기록을 가능한 범위에서 남겨 두는 편이 좋습니다.

동시에 보험사에 지체 없이 통지해야 합니다. 배상책임 담보에는 통상 사고 통지 의무와 함께, 보험자의 동의 없이 피해자와 임의로 합의하거나 책임을 인정하지 말라는 조항이 들어 있습니다. 좋은 뜻으로 먼저 배상액을 약속했다가 그 부분이 담보에서 빠지는 사례가 실제로 있습니다. 피해자 응대는 상황을 확인하고 절차를 안내하는 선에서 하고, 금액 협의는 보험사 담당자와 함께 진행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한 가지 더 덧붙이면, 화재 이후의 협상 상대는 피해자 개인만이 아닙니다. 인접 점포가 각자 가입한 보험으로 먼저 손해를 처리하면, 그 보험사들이 상법 제682조에 따라 대위 취득한 권리로 우리 쪽에 구상을 청구해 옵니다. 즉 시간이 지난 뒤 여러 보험사로부터 순차적으로 청구가 들어오는 구조가 됩니다. 배상 한도를 정할 때 눈앞의 한두 점포가 아니라 건물 전체를 기준으로 보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한의원 실수로 난 불이 아니어도 배상 문제가 생기나요?

발화 원인이 우리 한의원 구역 안에 있었는지가 쟁점이 됩니다. 원인 규명이 되지 않거나 우리 설비에서 시작된 것으로 판단되면 배상 문제가 제기될 수 있으므로, 화재대물배상책임 담보와 보상한도를 미리 확인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실화책임법이 있으니 배상액이 크게 줄어드는 것 아닌가요?

실화책임법은 실화자가 청구하면 법원이 사정을 고려해 손해배상액을 경감할 수 있도록 한 규정입니다. 책임 자체가 면제되는 것이 아니고 소송 절차를 전제로 하므로, 그 이전 단계의 합의에서는 온전한 손해액을 기준으로 협상이 시작됩니다.

대물배상 한도는 우리 한의원 면적을 기준으로 잡으면 되나요?

아닙니다. 배상 규모는 우리 진료면적이 아니라 불이 번질 수 있는 인접 점포와 건물의 재산 규모를 따라갑니다. 같은 면적이라도 음식점·판매시설이 들어찬 상가와 사무실 위주 건물은 필요한 한도가 크게 달라집니다.

한의원에서 화재가 자주 시작되는 곳은 어디인가요?

전기 탕전기와 온열·적외선 장비처럼 열원을 장시간 가동하는 설비, 그리고 노후 상가의 과부하된 배선이 반복해서 지목됩니다. 뜸 시술 후 잔불 처리와 마감 시 전원 차단을 절차로 만들어 두는 것이 위험을 줄이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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